이정문 성남시 분당구 이매2동장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면서 한기가 오는걸 보니 가을이 짙어 감을 느낀다. 고향을 떠나 온 사람은 어릴적 뛰놀던 산천이 아른거리고 부모의 곁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는 이에게는 어머니의 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더욱이 멀리 고국을 떠나온 유학생이나 취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국제결혼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새로이 터전을 잡은 결혼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민족의 기상을 키우고 타 민족에게 옆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꺼려왔다. 이민족의 침략에는 단호히 싸우며 그들을 단죄하였다. 한반도의 북쪽, 대륙의 통로를 책임지던 고구려는 을지문덕장군이 살수에서 수나라를 크게 물리치는 등 결국 수나라를 멸망케 하였고 뒤이은 당나라의 침략도 양만춘 장군이 안시성 싸움에서 물리치는 등 결국 당태종으로 하여금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이처럼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기도 했지만 그 일은 쉽지 않았다. 몽골의 침략에 무너져 강화도로 쫓기고 청나라에 의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삼전도에서 머리를 조아린 치욕스런 항복도 했다. 이순신장군의 필사즉생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임진왜란을 겪었고 제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친일파를 앞세운 일본에게 또다시 한반도를 유린당하였다. 수많은 주검과 함께 일제와 싸워 어렵사리 독립을 쟁취한 우리 민족은 삼팔선으로 갈라지고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루는 비극을 겪어야만 했고 이에 중국이 또다시 무장을 하고 한반도를 넘어온 것은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이다.

전쟁을 겪으면서 곳곳엔 중국인과 일본인들의 거류지가 생겼고 그들은 점차 우리에게 동화되어 함께 살면서 우리의 일원으로 살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결단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몽골의 침략에 희생되어 저들에게 끌려갔다가 어렵사리 살아 돌아온 우리네 여인들마저도 환향녀로 칭하며 박대한 우리였으니 이방인을 대함은 더욱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어느새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만큼 깊숙히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되었고 작금에 이르러 일컫는 다문화사회의 초석이 되었다. 사실 다문화의 원류는 아주 오래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 성씨의 하나인 김해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이며 신라의 석씨 왕조 시조인 탈해왕 또한 용성국의 왕자로 전해지고 있어 이를 보더라도 고대국가 때부터 우리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문화사회는 국가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국가와 국가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국경이 무너지고 사람과 물자, 정보와 자본 등이 자유롭게 교감하는 세상이며 지구의 온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인 사회, 이른 바 지구촌으로 거듭나는 미래지향적 사회이며 세계화의 본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있을까? 중앙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다문화사회를 이끄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다문화사회의 발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이른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로 시작되어 지역 곳곳에서 삶의 나래를 펴고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족들을 위한 여러 복지사업을 실행하며 한 몫을 잘해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온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였다. 글로벌 한국을 지향하는 우리 국민 모두가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하나로 할 때이다. 최근 들어 한류의 열풍과 K-pop의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방탄소년단이 미국의 빌보드200 차트 1위를 거머쥐었다. 그에 열광하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노래를 듣고 이해하며 부르기 위하여 또는 그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하여 한글을 배운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관계 정상화로 인해 한반도에 내걸린 평화 기류에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해낼 것이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대한민국을 찾은 근로자와 유학생, 그리고 결혼 이민자 그들도 우리 땅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며 같은 국민으로 보듬고 안아주는 우리는 세계시민임을 자부하고 지구촌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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