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낮은 산봉우리와 해안길의 매력에 빠지다

장봉도를 향해 출발하는 배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위치한 섬 장봉도는 동쪽에서 서쪽까지의 길이는 9km, 남과 북의 폭은 약 1.5km로 형성되었다. 해발 149m인 국사봉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여러 산봉우리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장봉도(長峰島)라고 부른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 탈 수 있다. 신도를 경유하며 소요되는 시간은 약 40분이다. 어찌 보면 길게 느껴지지만 선미에서 바다와 갈매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장봉도에 있는 3개 선착장 중 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장봉선착장’에서 하선한다. 선착장의 우측 매표소 뒤로 가면 ‘장봉도 여행자 센터’가 있다. 2018년 4월에 정식 개관하였으며 섬을 찾은 여행자들은 이곳에 가장 먼저 방문하여 각종 관광안내정보를 얻어간다. 공용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자전거 혹은 장봉도의 전기렌터카를 대여하는 이들도 많다. 트레킹 코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자신에게 맞는 루트를 직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장봉도
가막머리 전망대로 향하는 해안길

섬을 이루는 기나긴 산등성이와 해안길로 인해 장봉도는 연간 35만 명이 방문하는 트레킹 명소다. 주말이면 등산복을 갖춰 입은 여행자들로 등산로는 북적인다. ‘장봉도 갯티길’이라고 불리는 총 7개의 코스 중 가장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장봉도 주능선코스’. 장봉선착장에서 시작하여 서쪽 끝에 있는 ‘가막머리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13.1km로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동쪽에서 서쪽까지 코스 전부를 돌기보다는 섬 중앙에서 시작하는 등산객도 적지 않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봉도 주능선코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3개의 코스 중 해안절벽 위를 걷는 ‘장봉해안길’도 인기다. 섬의 주민들이 직접 탐방하며 개발한 코스라고 알려져 있다. 코스 중간 중간에는 스탬프 박스가 있어서 7개의 도장을 모두 모으면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각각의 트레킹 코스는 간조와 만조 때의 바다가 다르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해안길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조망대에서 지친 걸음을 쉬어도 좋다.

섬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편이다. 선착장에서 장봉3리 인근까지 이어지는 일주로만 보아도 그렇다. 산의 둘레를 따라 도로가 구불진다. 트레킹으로 유명한 섬이라고 한들,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걷기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도 차를 타고 충분히 섬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장봉선착장에서 ‘옹암해변’을 지나 ‘한들해변’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만하다. 좌측에는 바다, 우측에는 거머지산과 국산봉을 끼고 달릴 수 있으며 4월이면 좌우에 늘어선 벚나무의 운치가 대단하다. 이 길은 ‘장봉벚꽃길’이라고도 불린다.

달리는 도중에 나타나는 2개의 구름다리를 만나게 된다. 차는 갓길에 잠시 정차한 후 다리로 올라가면 쭉 뻗은 도로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 역시 멋진 풍경이다.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해변의 무료주차장에 잠깐 주차를 한 뒤 근처 등산로나 해안길을 잠깐 걸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묻어 있는 인어상
작은멀곶과 이어지는 옹암 구름다리
진촌해변의 모래사장에 올라와 있는 어선 한 척

장봉도에는 3개의 해수욕장도 있다. 남쪽의 ‘옹암 해변’과 ‘한들 해변’, 북쪽의 ‘진촌 해변’이다. 먼저 ‘옹암 해변’은 장봉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장봉도의 대표 해수욕장이다. 1km의 고운 모래사장을 솔밭이 든든한 배경으로 서 있다. 해수욕장 맞은편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펜션, 민박 등이 자릴 잡았다.

옹암 해변은 캠핑족들의 사랑을 받는 해변이다. 솔밭에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며, 간조 때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만조 때는 해수욕을 한다. 수심이 낮고 파도가 거의 없어 물놀이에 제격이다.

옹암 해변에서 약 2.5km 거리에 있는 ‘한들 해변’은 일주도로에서 갈라진 작은 길을 따라 내려오면 닿을 수 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해수욕장 이름 역시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진다는 의미의 ‘한들’이다.

마지막으로 ‘진촌 해변’은 수평선 너머로 사그라지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변의 동쪽으로 걸어가면 절벽을 따라 조성된 나무데크가 ‘대빈창선착장’까지 이어진다. 모든 해변에서는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섬의 동쪽, 선착장 인근에는 사람 크기의 ‘인어상’이 있다. 과거에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놓아주었는데, 그 이후 장봉도는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이 되었다고 한다. 은혜 갚은 인어의 전설이 적힌 석판이 인어상 아래에 놓여 있다. 이곳에서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바위섬과 이어진 다리가 보인다. ‘옹암 구름다리’다.

다리를 건너 갈 수 있는 작은 섬은 ‘작은멀곶’.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가까워도 먼 곳처럼 쉽게 갈수 없다는 뜻에서 ‘멀 곶’이라고 부른다. 작은멀곶에는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계단이 놓여 있다. 홀로 동떨어져 있어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정자에 앉아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섬사람과 정박한 어선을 바라보는 운치 또한 남다르다.

봄이 시작되면 장봉도를 찾는 인파가 급격히 늘어난다. 한산한 섬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평일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장봉도의 마지막 배시간은 18시지만 날씨에 따라 운항하는 시간이 다르니 선사에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당일치기로 방문하고 싶다면 오전에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여 해지기 전에 나갈 것을 추천한다.
 

장봉도의 특산품인 상합이 한 가득이다
옹암해변 솔밭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데크를 걷는 사람들
갯벌이 드러난 진촌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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