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이정랑칼럼] 고지이해(告之以害)-상대방의 약점을 알려 멈추도록 한다

기사승인 2019.04.03  18:56:54

공유
default_news_ad2
이정랑 편집위원

“누군가로 하여금 무엇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완전히 조종한다고 할 수 없다. 타인의 어떤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강제로 제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강제적으로 중지시켜야 수준 있는 권모술수(權謀術數)이라 할 수 있다.”

중지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전국책’ ‘제책’을 보면 초나라 군대가 북상하여 위를 공격했을 때의 이야기가 나온다.

초나라의 대부 소양(昭陽)이 초를 위해 위나라를 공격해 대승을 거두어 8개의 성을 얻었다. 그러고는 방향을 바꾸어 이번에는 제나라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진진(陣軫)이 제나라를 대신해 소양을 만나 승리를 축하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초나라 법은 이런 대승을 거둔 사람의 관작을 얼마나 높여줍니까?”

“관(官)은 상주국(上柱國)을 주고 작(爵)은 상집규(上執珪)를 주지요”

“그 보다 더 높은 관작은 무엇입니까?”

“오직 영윤(令尹)이 있을 뿐이지요.”

“맞습니다. 영윤은 둘이 있을 수 없지요 왕은 어쨌거나 영윤을 두 사람 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을 위해 비유해서 한 말씀드리지요. 초나라에 어떤 사람이 제사를 지내고 수고한 사람들에게 술을 내렸습니다. 그 사람들은 서로 의논해서 말하길 ‘여럿이 마시면 부족하고 혼자 마시면 남을 것 같으니, 땅에다 뱀을 먼저 그리는 사람이 마시기로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뱀을 다 그리고는 술잔을 당겨 곧 마시려 했습니다. 그는 왼손에 술잔을 들고 오른손으로 뱀을 그리면서 ‘나는 뱀의 다리까지 그릴 여유가 있다네’라고 말했습니다. 미처 다리를 다 그리기 전에 다른 사람이 뱀을 다 그리고는 술잔을 뺏어 들고 ‘뱀에게 무슨 다리가 있다고 발까지 그리나?’며 그 술을 자신이 마셔버렸습니다.

결국 뱀 다리를 그린 자는 술을 빼앗기고 만 것입니다. 지금 공은 초나라의 재상으로 위나라를 공격하여 8개의 성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의 강함을 믿고 제나라까지 공격하려 합니다. 제나라는 지금 대단히 겁을 먹고 있습니다. 지금 공에게는 이만한 관작이 있는데, 공을 더 세운다고 해서 관작을 더 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싸움에서 계속 이긴다고 그칠 때 그칠 줄 모르는 자는 몸도 죽고 관작도 뒷사람에게 빼앗기는 법이니, 다름 아닌 뱀의 다리를 그린 자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소양은 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곧 군대를 철수시켰다.

진진은 소양이 제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중지시킬 때 결코 직접적으로 소양의 행동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소양의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소양이 제나라를 치고 난 다음 그 자신에게 닥칠 손익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당시에 군왕이나 신하의 행동은 모두가 이해득실에 입각해서 이루어졌다. 일단 자기의 행동이 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자신의 행동을 포기했다.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이를 이용하여 행동을 중지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한비자’ ‘설림(說林)’에는 이런 이야기도 실려 있다.

오자서(伍子胥)가 초나라에서 수배를 피하여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도중에 국경 수비병에게 체포당했다. 오자서는 그 병사에게 말했다.

“초나라 왕이 나를 잡고자 하는 것은 내가 진귀한 보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보석을 잃어버렸다. 네가 나를 체포하여 왕에게 넘기면 나는 왕에게 ‘네가 내 보석을 빼앗아 삼켰다’고 말하겠다. 그러면 초왕은 그대의 배를 가르고 말 것이다.”

병사는 오자서의 속임수에 넘어가 죽을까 겁이나 오자서를 놓아주고 말았다.

이러한 오자서의 협박 공갈은 병사를 겁주기에 충분했다. 만약 오자서를 놓아주지 않았다가는 배를 갈라야할 판이었으니까. 이렇게 해서 오자서는 탈출에 성공해 오나라로 가서 군사 전문가 손자와 협력하여 오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수비병이 오자서를 놓아준 것도 알고 보면, 오자서가 수비병의 행동이 가져올 피해를 지적함으로써 오자서를 놓아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는 이런 방법은 위협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교묘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