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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칼럼] 성남시 공무원 민원인 호칭문제 '이름'이 답이다

기사승인 2019.02.13  17: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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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편집위원

오랜만에 병원엘 갔다. 웬만하면 의사를 찾는 아내와 달리 필자는 다른 사람이 볼 때 좀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병원을 기피하는 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작은 우주인 내 몸 안에서 스스로 자정되기를 바람이 남달리 간절하다고나 할까? 접수장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고 앉아 있는데 ‘아버님!’ 하고 부른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데 하며 두리번거리니까 필자를 쳐다보며 ‘아버님, 이쪽으로 오세요!’ 한다. 얼떨결에 ‘네’ 하고 일어서서는 부름에 이끌린 적이 있다. 병원을 나오면서 황당했다. ‘내가 어느새...’

아내에게는 이름말고도 불리어지는 예명 같은 게 있다. 아호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친숙한 이름이다. 아내의 어릴 적 친구들은 늘 그렇게 불렀고 아내는 그렇게 불리어지는 걸 즐거워한다. 결혼 전 연애할 때에 필자는 그렇게 불렀고 몇 번밖에 안 쓴 연애편지이지만 거기에서도 그렇게 불렀었다. 원래의 이름은 돌림자를 쓰다 보니 예쁘지 않았고 남자로 오인할 수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었다. ‘너, 정문으로 들어왔니’ ‘후문으로 다니지 말라’는 둥,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때 부터인가 어느 자리에서든지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오면 필자는 놀림을 받았던 것처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분은 여기 들어올 때 어느 곳으로 들어오셨습니까? 정문으로 들어오셨죠. 저는 항상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다닌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맙게도 필자의 이름을 기억해준다.

요즘 이슈 중에는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처가와 시댁 그리고 그런 연으로 이어진 친인척의 호칭문제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내들은 남편의 손아래 동생에게 도련님, 아가씨 하고 남편들은 아내의 형제자매에게 처남, 처형, 처제라고 낮춰 부르며 남편의 부모는 어머님, 아버님이고 아내의 부모는 장인, 장모님으로 부르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처가와 시가 또는 시댁과 처댁으로, 처남과 처형은 형님과 처형님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아버지가 외삼촌을 부를 때 처남이라고 불렀다. 10살이 많은 손위 처남에게 말이다. 필자는 그것이 제대로 된 호칭이라고 생각했었고 아내와 결혼 후 손위의 두 분 처남에게 떳떳하게 그렇게 불렀었다. 물론 얼마 후 형님으로 바꾸긴 하였지만 아내와 대화할 때는 여전히 처남이라는 호칭을 버리지 못하였다. 부모에겐 어머니, 아버지 배우자의 형제자매 사이엔 서열 맞춰 형님과 아우, 언니와 동생으로 정리하면 될 터이고 그 밖의 인척들과는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ㅇㅇ씨 하면서 정겹게 불러주면 좋지 않을까?

아내에게는 여전히 미혼인 친구가 한명 있다. 언젠가 우리 집엘 와서는 ‘진희야, 글쎄 아이도 없는 나한테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말이 되니?’ ‘누가 그렇게 불렀는데’ ‘글쎄 차 바꾸러 대리점에 갔는데 네 아들 나이 또래 젊은 남자애가 그러는 거야’ ‘그럼 잘 됐네 아들 삼으면 되지’ 그런다. 그 친구의 말인즉슨 이제 어머니 나이로 보이지만 '어머니'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그건 필자도 동감이라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그러나 중년인 여성에게 어머니 또는 아주머니 밖에 부를 호칭이 또 있을까? 사실 아주머니는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는 건데 미혼이라면 더더욱 실례인거고 그녀의 주장처럼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는데 나이가 많다고 해서 상대에게 어머니라고 불린다면 기분이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요즘 흔히 식당에서 서빙 하는 사람을 부를 때 ‘이모님’ 하고 부르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데 필자는 우습게도 느껴지고 몹시 거슬린다. ‘언제 봤다고 네가 내 조카 친구라도 된다니’ 하고 생각하진 않을까? 식당에서야 적당히 둘러댄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비즈니스 상대에 대하여는 그냥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게도 그에 알맞은 이름이 있다고 했다. 우리 각자에겐 부모님이 지어주신, 아름답고 거룩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을 불러 주자.

성남시의 공무원들도 민원인에 대한 호칭문제로 곤란함을 겪는다. 그러다가 기착하는 호칭 중에 하나가 ‘선생님’이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적절치는 않고 어색하긴 매 한가지다. 연배가 많은 분에겐 어르신, 그 밖에는 이름을 불러 주자. 서양 문화권에서는 누구에게나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니 우리도 따르자는 건 아니다. 직급에 따른 호칭, 고객님, 누구의 엄마 아빠로 불리는 것보다 직급이나 나이, 역할에 관계없이 그냥 이름을 불러주면 호칭 때문에 마음 상하고 고민하는 일이 줄고 소통도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 이름만큼 그 사람을 잘 나타내는 호칭은 없을 테니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라도 그렇게 해보자는 것이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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