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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구맹주산(狗猛酒酸)

기사승인 2018.12.09  18: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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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사나워서 술이 시어지다

이정랑 편집위원

간신은 법술지사(法術之士-어진 신하나 충신을 말함)를 보면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느끼고 그를 군주 곁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그가 법술을 시행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아무도 그의 법술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송나라에 술을 파는 장(莊)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점의 깃발을 높이 걸고 매우 향기로운 술을 만들었다. 그는 장사도 공정하게 했을 뿐더러 대단히 손님들을 깍듯이 대했다. 하지만 그의 술은 잘 팔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그만 맛이 변해버렸다.

그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이 많고 후덕한 양천(楊倩)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다. 양천이 그에게 물었다.

“자네의 가게 문을 지키는 개가 사납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가 대답했다.

“사납습니다. 그런데 그게 술이 안 팔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자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자네 집 사나운 개가 무서워서 술을 못 사는 거라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아이에게 돈과 호리병을 들려 술을 사러 보냈다고 쳐보세. 당장 자네 집의 개가 아이를 물려고 덤빌 테니 누가 감히 술을 사러 가겠나? 이게 바로 술도 못 팔고 술이 상하는 까닭일세.”

권력을 쥔 간신들은 곧 군주를 지키고 있는 사나운 개와 같다. 법술지사가 군주를 설득하고 자신의 법과 술책을 써보려고 할 때, 그 간신들은 사나운 개처럼 덤벼든다. 결국 그는 군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권신의 지위와 권세로 인해 빚어진다. 제후들은 그에게 빌붙으면 일이 잘 풀리는 까닭에 그를 위해 충성하고 칭송을 아끼지 않으면서 자신의 편리를 도모한다. 관리들은 더 높은 직위를 바라므로 앞뒤로 그를 쫒으며 분주히 뛰어다닌다. 또한 누군가 군주에게 접근하려 할 때 권신은 중개자 역할을 한다. 그와 친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을테니 누가 군주 앞에서 그의 불법적인 행위를 들춰내겠는가. 지식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게 빌붙지 않으면 높은 녹봉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히 그의 나팔수가 되고 만다.

이런 사람들은 권신의 병풍으로서 그를 가려주고 그의 추악한 행위에 그럴 듯한 옷을 입혀준다. 이처럼 간사한 권신이 군주에게 충성하기 위해 자신의 원수, 즉 법술지사를 추천할리 없다.

군주도 권신들이 쳐놓은 장막에 가려져 신하를 밝게 분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군주의 눈에는 권신이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신하로 보이며 그가 겉으로만 충성스러울 뿐 실제로는 간사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반면에 진짜 충신인 법술지사는 군주의 눈에 그저 그런 인물로 비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군주는 더욱 눈이 멀게 되고 권신의 권력은 증가하며 법술지사는 한층 미약해진다.

법술지사는 법과 술책을 펴길 갈망하지만 자칫 잘못해 자기 무덤을 팔 가능성도 있다. 법과 술책은 나라의 부강을 목적으로 시행하며 친하고 먼 관계를 떠나 오직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므로 귀족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수 없다.

오기(吳起)는 초(楚)나라 도왕(悼王)을 보좌하면서 우선 귀족 관료들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그는 초나라가 가난하고 군대가 약한 건 관리가 많고 대신의 권력이 강해 왕을 위협하고 백성을 학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기는 명령을 내려, 세습된 지 삼 대가 넘은 작위를 회수함으로써 삼 대 밑의 자손이 더 이상 조상의 덕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일부 관리들의 녹봉을 깎고 불필요한 관리를 파면하였다.

상앙(商軮)도 진(秦)나라 효공(孝公)을 보좌하면서 사적인 재산축적을 금지해 나라를 부강하게 했고, 귀족이든 천민이든 똑같이 법을 적용하였다. 한번은 태자가 법을 어겼다고 해서 태자의 스승이었던 공손건(公孫虔), 공손가(公孫賈)를 처형하기도 했다.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오기와 상앙의 운명은 다 좋지 않았다. 오기는 도왕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종실(宗室) 신하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인해 화살에 맞아 죽었다. 상앙의 최후는 더 비참했다. 효공이 죽고 태자가 즉위한 뒤, 반란의 죄명을 뒤집어쓰고 말 다섯 마리에 의해 사지와 머리가 분리되었다.

오기와 상앙은 나라의 공신이었지만 그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법과 술책을 잘못 사용해서가 아니라 신하와 백성들이 법을 싫어하고 새로운 군주가 사적인 원한을 품었기 때문이다.

법과 술책이 지속되더라도 법술지사와 군주의 관계가 계속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군주는 언젠가 새로운 군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전대 군주 밑에서 아무리 총애를 받았더라도 새로운 군주에게 신임을 잃으면 비극적인 최후를 면하기 어렵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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