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옛말에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고,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라고 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산다고 해서 물고기지만 돈 전(錢) 자가 붙은 명물이다.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성, 완도, 남해, 진해, 창원, 마산 등지에서는 ‘전애’, 여수, 고흥, 장흥에서는 ‘되미’, 고창에서는 ‘뒤에미’, 무안은 ‘엽삭’이며 강원도는 큰 전어는 ‘엿사리’, 중간 전어를 ‘대전어’라고 부르며 강릉, 속초는 ‘새살치’라고 한다.

그런 전어에게 먼 옛날에 조물주가 ‘며느리’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었다.

“네 이름은 ‘며느리’이니라.”

며칠 지난 후 조물주가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전…어…”

며느리가 갑자기 말을 더듬거렸다. 그 바람에 ‘며느리’는 ‘전어’가 되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이 절로 생각나는 가을도 깊어졌다. 낼모레 글피는 고등학생들의 운명이 달린 수능이 실시된다.

전어는 홍합, 꼬막, 문어, 오징어, 주꾸미, 굴, 조개, 새우 그리고 참치ㆍ방어ㆍ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 등과도 어깨를 겨룬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포함 아미노산인 타우린까지 있다. 전어의 효능으로는 소변 기능을 돕고 위를 보(補)하며 장도 깨끗이 하는 효과가 있단다. 또한 똑똑해진다는 두뇌 영양소 DHA(Docosahexaenoic acid), 한글로 쓰면 ‘도코사헥사에노산’, ‘오메가-3’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두뇌작용을 활발하게 해준단다. 긴장과 피로에 지친 수험생들의 식탁에 노릇노릇 잘 익은 전어 두어 마리씩 올려놓아도 좋을 성싶다. 물론 여성들에게도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도 좋고 남성들 역시 피로 해소와 정력에 상당한 효과가 있단다. 전어가 올라오니 나도 모르는 새 군침이 돌고 잃었던 식욕이 갑자기 솟구친다.

지난 11월 1일 0시부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남과 북이 남북군사분계선(MDL) 일대 지상,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됐다. 또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화기와 병력, 초소 철수 작업도 완료했다. 이어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까지 철수할 예정이란다. 물론 쌍수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일렬횡대로 서서 찍은 인증사진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어찌 보면 곧 종전될 것도 같고, 달리 보면 어림도 없을 성싶다. 티베트 속담에 ‘그런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지만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북 군인들이 대치하고 있는 철조망으로 뒤덮인 모든 초소가 정말 안전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가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전어를 식탁 위에 올린다. 살에 가시가 많아 성가신 게 흠이지만 육질이 부드러워 맛은 어떤 생선에도 뒤지지 않는다.

상술에 놀아난 ‘빼빼로데이’ 탓에 뒤로 밀렸지만, 엊그제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농사짓느라 고생한 농부들이 긴 가래떡을 먹는 환한 웃음이 떠오른다. 이날은 또한 ‘지체장애인의 날’이며 ‘광고의 날’이기도 했다. 앗! 하마터면 올해도 그냥 넘어갈 뻔했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다. 6·25동란 때 전쟁터에서 귀중한 목숨을 바친 11개국 2300명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는 의식이 시작됐다.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다. 매년 한국시간으로 11월 11일 오전 11시, 하던 일을 멈추고 1분간만 고개를 부산 쪽으로 숙이고 일동 묵념! 그리고 수험생들에게는 제1차 종전이랄 수 있는 수능도 이번 낼모레 목요일이다. 아침 8시 39분부터 하던 일 잠시 멈추고 1분간만 응원하는 맘으로 일동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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