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메이저 테니스 대회 8강

2013년 수원 삼일공고 시절 영국 윔블던 주니어테니스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정현이 염태영 시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의 아들’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8강 진출 다음날일 23일 수원 시내는 들썩였다. 수원 시민들은 정현이 수원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며 마치 자기 일인양 한껏 뿌듯해했다. 경기도청 일대와 수원시청 일대에서는 정현의 맹활약상이 온종일 화제였다. 수원시는 2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으로 제압한 장면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상영했다. 염태영 시장과 공무원들은 정 선수의 승리가 확정되는 영상을 보면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일반 시민들도 정현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현 선수가 한국 스포츠의 새 장을 열었다며 내친 김에 4강은 물론 우승까지 하기를 기대했다. 정현의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에는 하루종일 축하 전화가 쏟아졌다. 정현은 오늘(2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샌드그렌(97위·미국)과 8강전을 벌인다.

함상영 수원시체육회 체육지원팀장은 "정현이 8강에 진출하고 나서 테니스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시민들로부터 축하전화를 엄청나게 많이 받고 있다"면서 "정현이 내일 꼭 이겨서 4강에 올라가기를 온 시민과 테니스 동호회원들과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40여개 테니스 동호회(회원 200여명)도 정현의 4강 진출을 기원하고 있다.

26년째 테니스 동호회에서 운동하고 있다는 김봉중씨는 "어제 정현이 조코비치를 이겼을 때 우리 동호회 단체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면서 "우리 수원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테니스의 희망인 정현이 반드시 4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수원지역 테니스인 모두가 성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생인 정현은 수원 영화초를 졸업하고 수원북중을 거쳐 수원 삼일공고를 졸업한 뒤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전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이고, 형인 정홍도 현대해상 소속 테니스 선수다. 어릴 때부터 고도근시와 난시로 고생한 그가 시력 교정을 위해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테니스를 시작한 사연은 잘 알려졌다.

지금도 투어에서 드물게 시력 교정을 위한 안경을 쓰고 코트에 나서고 있으며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안경을 벗고 땀을 닦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정현은 2008년 수원 영화초등학교 때 세계 3대 메이저 주니어테니스대회를 석권해 세계 테니스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에는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우승으로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았다.

정현은 특히 지난해 기량이 급상승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21세 이하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높은 8명이 겨룬 남자프로테니스(ATP) 대회서 우승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서브가 강한 선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는 평이 있었으나 올해 존 이스너(16위·미국), 즈베레프,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 등 내로라하는 '광속 서버'들을 줄줄이 연파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의 뒤를 이을 '차세대 톱 랭커'로 성장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현은 세계 랭킹에서도 역대 한국인 최고 기록인 이형택의 36위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현재 세계 랭킹는 58위며 지난해 44위까지 올랐다.

정현은 8강에 오른 8명 가운데 세계 랭킹이 일곱 번째에 불과하지만 외국 주요 베팅업체들은 정현의 우승 가능성을 8명 가운데 4위로 올려놓고 있다. 베팅업체들은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에 이어 정현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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