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가만히 놔둬도 머리카락과 수염은 잘도 자란다. 수염이야 세수하고 밀어내지만, 머리카락은 내가 깎을 수가 없다. 4년 차 단골이발소도 새해부터는 어쩔 수 없이 만원으로 올렸단다. 그 돈이 너무 아깝다. 8000원을 고수했는데 다른 업소의 항의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단다. 이발하고 단골 순댓국밥집에 갔더니, 거기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만원이면 국밥 한 그릇과 소주 1병에다 거스름돈까지 받았다. 주인장 하소연을 들어보면 너무나 타당한데 비싸서 그런지 옛맛이 아니다. 소득은 자꾸 줄어들고 슬금슬금 물가만 잘도 올라간다. 

자영업자들 위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수시로 드나드는 편의점도 이제는 알바생을 안 쓴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본사에 내는 로열티, 건물주에게 바치는 월세, 알바생의 인건비와 이자를 내면, 실제로 수입은 최저임금 수준이란다. 차라리 가게를 접고 알바를 뛰는 게 훨씬 뱃속 편할 거라며 울상이다. 직장에 다닐 때 불안해서 퇴직금과 대출금까지 합해 가게를 차렸는데, 원금은커녕 이자 넣기도 바쁜 상황이란다. 말이 사장이지 알바생만도 못하다면서 울먹인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 후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은 야단법석이다. 직원도 줄이고 근무 시간도 줄었다. 기본금을 올려주는 대신 은혜로 베푸는 각종 상여금은 꼬리를 잘랐다. 편법으로라도 회사를 쪼개 정부 보조금 혜택이라도 받으려고 회사도 쪼갰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청년이나 고령자의 일자리가 있다는 게 기적이다. 시장에서의 생필품값은 물론 서민 장바구니 물가까지 들썩거린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의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보도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미담은 넘치는데 현실은 괴담이다.

서민이야 어찌 살건 상위 포식자들은 살판났다. 현직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도 너끈하게 달성하겠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비트코인’처럼 진짜 돈은 없는 디지털 사장님들만 넘쳐나게 생겼다. 여기저기에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은 의지할 데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갑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을은 쳐내야 한다. 그 쳐내는 방법들이 점점 교묘해지고 치사하면서 찬란해졌다.

악법이 법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법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국회법 제32조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으로 미꾸라지처럼 흙탕물로 위장하는 대단한 문장이다. 선거철에만 머슴이 되겠다며 모가지에 핏대를 올리던 국회의원들도 ‘3만5000원’짜리 금배지만 양복 깃에 달면 모가지가 금방 돼지 발정제라도 먹었는지 뻣뻣해진다. 우리 손으로 사람인(人) 자 붓두껍 찍어 내보낸 머슴들인 국회의원 1명을 4년간 부리는데 32억원이란다. 쌈박질이나 하고 코 골며 잠자도 특권까지 많아서 법을 만드는 일 말고 딴짓거리 해도 척척 월급은 잘 나오고, 하다못해 구치소에서 공짜 밥 먹을 때도 월평균 1000만원, 1년에 1억3000만원의 월급과 수당까지 꼬박꼬박 통장으로 쏴주는 살기 좋은 민주 대한민국이다.

마감이 임박해서 쉽게 마무리하련다. 이런 글이 페북에 떴다. 아는 페친이라서 일단은 ‘좋아요’를 눌렸지만, 뒤가 개운하지가 않다. 정부에서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 참견할 처지도 못 되지만, 그들보다 피부가 약간 보드랍고 얇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금방 느낌이 온다. ‘부자들은 2억원짜리 벤츠 600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으로 여긴다. 다들 부자들은 그렇게 하니까, 그러나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적용되어 1억원의 이자소득에 대해서 3850만원의 세금을 낼 때 부자들은 억울해한다. 6150만원은 벌었지만, 다른 부자들은 더 많이 벌고도 그렇게 많이 내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는 부자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은 더더욱 아니다.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한다. 더 긴말해봤자 내 속만 부글부글 끓어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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