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낫고도 1주 넘게 기침 이어지면 천식 등 의심해야

기침은 평생 누구나 경험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호흡기에 과도한 분비물이나 기도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게 기침이다.

하지만 기침은 호흡기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감기뿐만 아니라 폐렴, 천식, 기관지염, 부비동염, 비염, 역류성 식도염, 폐암, 기관지확장증, 간질성 폐렴 등 수없이 많은 질병에서 기침이 동반된다. 따라서 기침을 한다는 건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징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감기처럼 2∼3일 정도만 하는 게 아니라 최소 1주일 이상 지속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침은 또 다른 질병의 진행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기침을 오래 해 배나 가슴이 아프다면서 허리를 구부린 채로 병원 을 찾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럴 땐 만성적인 기침에 따른 복근경직, 근육파열, 흉골골절, 장파열, 탈장 등의 부작용을 의심해봐야 한다. 

◇ 기침, 안 하는 게 '정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침을 하루 몇 번 정도 하는 게 정상인지를 설문 조사한 결과가 있다.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건 호흡기질환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기침에 매우 관대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하루에 1∼2차례의 기침은 정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실 호흡기에 문제가 없다면 기침은 하루, 아니 1년에 한 번도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기침을 한다는 것은 호흡기질환이 있음을 시사하고, 기침이 줄었지만, 아직 한다는 것은 여전히 호흡기질환이 완치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기침을 하루에 수십 번 하다가 하루 1∼2회로 줄어들면 치료를 그만둔다. 그러나 이 경우 마치 완전히 불을 끄지 않은 산불처럼 호흡기질환이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마음으로 호흡기질환을 끝까지 치료해 완치시켜야 한다. 

◇1주 넘게 기침 이어지면 천식 등 의심

기침은 감기인지, 아니면 다른 호흡기질환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감기에 따른 기침이라면 감기 증상과 함께 갑자기 생겼다가 수일 내로 좋아진다. 감기에는 몸살, 근육통, 관절통, 전신 쇠약, 발열 등 전신증상과 함께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이 동반된다.

이와 달리 감기 증상이 없거나 처음에는 감기 증세였다가 기침만 1주 이상 지속한다면 호흡기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3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후비루증후군(코가 목으로 넘어가는 증상),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만성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의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중에서도 기관지 천식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기관지가 아주 예민한 상태에 있어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이 멀쩡하다가 대기 중에 있는 자극 물질에 의해 쉽게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기도의 근육이 오므라들어 기관지가 좁아지고 분비물이 증가한다. 기도가 부어오르면 심하게 숨이 차고 기침, 가래가 생긴다. 

◇ 원인질환 치료해야 

문제는 천식과 알레르기 등 기침의 원인질환이 있는데도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천식의 경우 환자 스스로 진단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면서 "천식이라고 하면 난치병으로 생각하고 마치 암을 진단받은 사람처럼 천식이 아닐 거라고 부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식이 분명한데 환자 스스로 천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천식은 물론 기침 치료도 어렵다는 게 염 교수의 지적이다.
염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알레르기를 모르고 살았어요. 왜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기죠?'라며 부정하고 반문한다. 단 몇 분 만에 알레르기 검사를 하면 수종에서 수십 종의 알레르기 물질이 밝혀지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을 먼저 치료하라고 권고한다. 즉 천식이 원인인 환자는 천식을 치료해야 기침이 없어지고, 알레르기가 원인인 환자는 알레르기를 먼저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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