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대전 막았지만 지구촌 전쟁 없애지 못해

어릴 때부터 평화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오준 전유엔대사.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넘게 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를 역임했던 오준 전 대사에게 북한 핵도발로 인한 혼란스런 시기 평화에 대한 해법에 대해 물었다. 오 전 대사는 평화를 위한 해법으로 “어릴 때부터 평화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관 생활을 마친 오 전 대사는 유엔에서의 경험을 살려 세계평화 실현을 위해 현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유엔평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엔 평화학과를 통한 인재 양성으로 유엔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오 전 대사는 1978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1985년 유엔대한민국대표부 2등 서기관으로 발령을 받아 유엔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외무부 국제연합국 국제연합정책과장, 유엔대한민국대표부 차석대사, 국제연합군축위원회 의장, 24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40여 년의 외교관 생활동안 유엔 현장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과 전쟁을 목도한 오 전 대사에게서 유엔의 설립 목적인 세계평화에 대한 고뇌가 묻어났다.

오 전 대사는 유엔의 지향점인 인류평화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으로 평가했다.

그는 “세계 1·2차 대전 이후 3차 대전을 막는 관점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불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인류는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전 대사는 유럽연합(EU) 사례를 예로 들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모두 유럽에서 발발했다. 이 전쟁들로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낳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았다. 이런 값비싼 교훈을 얻은 유럽은 EU를 만들었다.

오 전 대사는 “EU를 통해 유럽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기 어렵게 됐다”며 “협력과 통합의 길로 나가면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의 사례를 인류로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3대 핵심 과제를 두고 있다. 3대 핵심 과제는 평화, 개발, 인권에 둔다”며 “개발과 인권은 평화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가난과 인권의 문제를 보장해주기 어렵다면 평화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전 대사는 평화 유지를 위한 또 한 가지의 요건으로 교육을 제시했다. 그는 “유엔의 세계시민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 가지가 있다”며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의 존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시민교육의 기본과 맥을 같이 하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점수로 경쟁을 유도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투지 않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길러주는 인성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이유로 오 전 대사는 “평화를 막는 국제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마음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난민문제, 브렉시트 등의 국제문제에 대해 오 전 대사는 “세계화의 부작용”이라며 “세계화 속도에 비해 세계시민들이 열린 마음을 갖는 속도가 느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없는 현실 가운데, 평화 유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며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접촉, 협력, 공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류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분쟁과 전쟁에 많은 원인으로 꼽히는 종교와 관련 “어릴 때부터 다른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도 아무 문제없이 협력할 수 있게 하는 가르침이 필요하다”며 “이런 교육이 인류 앞날의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과 더불어 오 전 대사는 다른 곳이 아닌 교직에 몸담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와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에 이르고 싶다”며 “후세에 보탬이 되는 것이 모든 세대의 의무이기에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가르치고, 젊은 세대와 소통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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