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과 업자 개발이익 대립... "모두 한 통속" 고위공무원 폭로

국내 첫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1호가 지난 3월 촬영한 난(亂)개발의 진원지 경기도 용인시가지의 모습. 사진 왼쪽이 수지지구를 비롯한 용인시가지 전체 모습이며 사진 오른쪽(왼쪽 사각형 부분)은 최근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골프장 및 아파트단지 때문에 흉물스럽게 변한 현장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개발 유착 의혹과 무분별한 지역 개발이 인천과 용인을 뒤흔들고 있다. 인천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이 개발이익 정산과 환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청장 직무대리였던 정대유 차장(2급)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로성 글을 올려 파문은 확산하고 있다.

용인시 동천·고기 등 수지구 전역에서는 앞으로 임야를 훼손하는 아파트 건립이 전면 제한된다. 용인시는 수지구 일대 임야를 훼손하는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에 수지구 지역에 대한 시가화예정용지를 전면 배제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자로 대기 발령된 인천경제청 정 전 차장은 페이스북에 '개발업자들은 얼마나 처드셔야 만족할는지? 언론, 사정기관, 심지어 시민단체라는 족속들까지 한통속으로 업자들과 놀아나니…'라는 글을 게시해 송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정 전 차장은 송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초과개발이익 정산과 환수, 개발업체 선정을 위한 협상을 진두지휘하던 인물이어서 그의 입을 통해 '검은 커넥션'이 드러날지 이목이 쏠린다.
정 전 차장은 17일 시의회 긴급간담회에서 "송도 개발이익 환수 부분을 공론화시키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 앞바다를 메워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53㎢ 규모의 송도국제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은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 매립지를 수십만∼수백만㎡씩 떼어 민간사업자에 수의계약으로 넘긴 뒤 나중에 개발 이익을 정산해 인천시와 나누는 개발 방식은 특혜시비와 분쟁의 꼬리를 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송도 6·8공구 개발도 인천시와 민간사업자가 갈등을 빚는다. 시 산하 인천경제청은 2007년 8월 SLC(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에 송도 6·8공구 228만㎡에 대한 독점개발권을 부여해 151층 인천타워를 포함한 업무, 상업, 주거 등이 복합된 국제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천타워 건립이 장기간 표류하자 인천경제청은 SLC와 담판을 통해 194만㎡를 회수하고 34만㎡만 SLC에 매각하기로 2015년 1월 합의했다.

하지만 SLC가 해당 용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해 발생하는 내부수익률 12%를 넘는 이익에 대해 인천경제청과 절반씩 나누기로 한 약속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인천경제청은 블록별로 개발이익을 정산하자는 입장이지만, SLC는 총 7개 블록 중 지금까지 2개 블록만 분양된 상태인 만큼 모두 개발한 뒤 통합 정산하자며 맞서고 있다. 경제청 안팎에서는 인천경제청이 당시 SLC에 부지를 3.3㎡당 300만원에 매각했는데 현재 송도 땅값이 3.3㎡당 1200만원이 넘는 점을 들어 땅값 차익만 최소 9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경제청은 '151층 인천타워'가 무산된 송도 6·8공구 128만㎡를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올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대상산업 컨소시엄은 본 협약 체결을 위해 인천경제청과 세부 사업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정 전 차장은 인천시가 송도 개발이익 정산과 환수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자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의 본 협약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안전장치들을 마련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21일 "정 전 차장은 송도 개발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이 얻은 초과이익을 투명하게 환수해 시민에게 되돌려주는데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에서는 임야 등에 아파트를 지을려면 상위계획인 도시기본계획에 시가화예정용지로 지정돼야 주거지역 용도변경을 통해 가능한데 이 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단, 이미 기존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돼 사업이 추진중이거나 이미 허가를 받은 지역(신봉구역·신봉2구역·동천2구역 등)은 제외된다.

이는 그동안 용인 서북부지역에 주거개발이 집중되며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된데다 수지지역의 경우 임야나 농지 등의 난개발로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 불편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용인시가 이번에 경기도에 승인신청한 2035년 도시기본계획은 기흥·수지권역의 신규 시가화예정용지를 8.0㎢로 계획했으며 수지지역은 이미 시가화돼 있는 지역을 현실화하는 것 이외에는 추가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수립했다.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임야를 훼손하며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도시기본계획에 반영을 요청한 수지구 동천·신봉·성복·고기·상현 등 8곳 64만1000㎡은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용인시는 지난 6월 수지구 성복동 일대 5만8000여㎡ 임야에  연립주택 건설 허가를 불허해 시행사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취소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 당하기도 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수지지역은 아직도 과거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치유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임야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은 제한하고 녹지를 잘 보존해 주민들을 위한 쾌적한 휴식공간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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