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수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발족

드디어 시와 소설을 통해 휴머니즘과 민족주의에 천착했던 작가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7, 80년대 인기잡지 『여원』의 편집부장이며 시인과 소설가로 문단을 거침없이 활보했던 그의 이름은 박석수.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이름까지 묻히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 14일 평택시 신장동에 있는 송사모(송탄·진위·서탄·고덕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사무실에서 지역 문학인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발기인 15명이 ‘박석수 기념사업 준비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다시 뭉쳤다.

박석수 작가는 1949년 옛 평택군 송탄면 지산리 805번지에서 출생했다. 1971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술래의 잠」이 당선됐다. 첫 시집은 1976년에 낸 『술래의 노래』이다.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1000권 중 960권을 태워버리는 바람에 그 시집은 희귀본이 됐다.

첫 시집의 발문에 ‘천재’라며 극찬했던 안양의 김대규 시인 그리고 자주 어울려 소주를 들이켰던 수원의 절친 임병호 시인과 1983년 두 번째 시집에 후기를 썼던 이외수 시인 등이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던 작가이다. 두 번째 시집 『방화』는 반미적 성향이 강한 작품으로 분류돼 미국의회도서관에 비치됐다.

그의 고향 송탄(현재의 평택시)은 예전에는 일명 쑥고개라 불렀던 미군비행장이 있는 곳이다. 지금 용산 미 8군사령부가 그곳으로 이전한다. 이런 상황을 이미 예견했던지 연작시로 쓴 1987년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의 이름은 『쑥고개』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이승하, 우대식 시인 등의 노력으로 2010년 요절시인 전집 시리즈 제8권 『십자가에 못박힌 한반도』가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소설가로서의 박석수도 만만치 않다. 1981년 『월간문학』에 소설이 당선됐다. 1987년 꽁트집 『독안에 든 쥐』, 1988년 단편 5편, 중편 3편을 묶은 첫 창작집 『철조망 속 휘파람』, 1990년에는 소설집 『차표 한 장』과 『로보의 달』을 1992년에는 꽁트집 『분위기 있는 여자』, 1994년 『소설 이외수』도 냈다. 1993년에는 『쑥고개』라는 장편소설에서는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모순구조를 거듭 깨버리려는 박석수 문학의 본질’을 보여주며 왕성하게 창작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1996년 9월 12일 지병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4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박석수 기념사업회’ 준비위에서는 이처럼 고향을 사랑했던 박석수 작가를 재조명한다. 자료수집은 물론 문학비(시비) 건립, 전집발간, 생가보존사업 등도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작가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할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협의하고 보충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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